사회, 지방, 농촌

세대차이로 인한 극단의 양상

두 아들 아빠 2010. 3. 13. 20:56

한 보수사회학자는 자신의 저서에서 ‘세대차는 인정하나 충돌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가 말한 충돌이 물리적인지, 심리적인 면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여하간 별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과연 그럴까?

 

우리사회의 세대차는 복잡하게 꼬여 있어 해결이 만만치 않다. 세대 간에 교육과 살아 온 환경이 크게 다르기도 하지만 신분과 나이로 계급의 차이를 두는 권위주의에 이데올로기까지 엉켜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회문제는 인정도 받고 연구도 활발히 하여 문제 해결에 실체적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세대 차만큼은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연구를 하여도 5060세대와 2030세대 식의 이분법적 대분류나 ‘88만원 세대’ 등과 같이 특정 세대만을 했다.

 

그 이유는 사회적으로 더 시급한 문제가 있기도 했지만,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가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권위적으로 움직였기에 세대 차이는 큰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 면도 있다.

 

서구와 미국, 일본이 무려 200년에서 100여년간 이루어 왔던 산업화와 정보화 및 고등교육의 대중화를 대한민국은 단 50-40년만에 모두 이루었다. 세계에 유래 없는 단기간에 엄청난 발전과 변혁이었다.

 

한국과 같이 경제 성장이 단기간에 급성장하지 않은 동남아 국가에서는 세대차로 인한 문제가 우리보다 크지 않다. 교육 또한 서양은 전 국민의 초등교육 보급 이후 자만했거나, 산업화 과정에서 대중을 착취하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고등교육으로 갈 때까지 상당 기간 걸렸다. 우리의 경우는 초등교육에서 대학교육까지 멈추지 않고 단번에 이루었다. 따라서 세대 간의 교육의 큰 격차로 단절의 벽을 더 높였다.

 

현재 5060세대는 집단적으로 학력이 낮다. 한글을 겨우 깨우친 이들은 1년에 책 한 권 읽지 않지만 매일 아침 조중동을 열심히 보는 것으로 자신들을 지성인이라고 자부한다. 이런 반면에 소수의 엘리트들에게 자신들의 운명을 건다.

 

세대 간의 단절은 가정에서도 벌어진다. 부모와 자녀 간에 단절로 일상적인 생활 대화 외에는 인격자끼리의 온전한 대화는 막혀 있는 실정이다. 현재 2030세대의 부모세대인 5060세대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집단적인 자수성가형들로 자기 말이 곧 법이다. 극단적인 표현으로 부모는 ‘무학’이고 자식들은 ‘유학’을 갔다 왔다. 교육의 차이는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더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배웠다는 자식 놈이 하는 짓이 못마땅하다. 그들이 다 큰 자식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넌 뭐하는 놈이냐?”

 

성인이 된 자식이 부모로부터 인정받기는커녕 정체성까지 흔들리면 심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빠질 뿐 아니라 자신이 가정을 이끄는데도 문제가 있다.

 

세대 간의 단절은 비단 가정의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사회가 지향할 가치가 통합되지 않는다는 심각함을 낳았다. 5060세대에서 남북문제는 ‘빨갱이’라는 말에 주눅 들어 멈추고, 온전한 민주주의는 ‘박정희 우상화’에서 더 이상 나가지 못하고 있다.

 

2030세대는 부모가 공부 열심히 하고 부지런하면 잘 먹고, 잘 산다고 했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속은 것도 분한데 모든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니 죽을 지경이다.

 

이런 세대 간의 첨예한 갈등구조에서 온전한 민주주의와 국민화합, 사회통합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충돌이란 소통이 이루어지는 상황에 벌어진다. 관계성이 일방적이거나 단절된 상태에서 충돌은 일어 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앞서 말한 보수사회학자의 말이 맞는 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