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세계대백제전을 앞두고 '계백장군과 화랑관창을 기리며'

두 아들 아빠 2010. 9. 9. 23:12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나? 그래서 낙화암에서 투신한 삼천궁녀 같은, 정황상 말도 안 되는 거짓이 기록되었고 사실처럼 전해 내려져왔다. 이런 왜곡으로 부패한 백제의 의자왕을 물리치고 백제 민들을 해방시켰다고 했을 일이다. 그러나 계백장군과 화랑관창의 기록은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그 이유는 전투에 참가한 수많은 사람이 목격했고, 침략 전쟁을 했지만 적의 장수라도 용감무쌍한 전사에 대해서는 명복을 빌어주었다. 또한 후대에 교훈을 삼는 차원에서 사실관계 그대로를 역사에 기록했기 때문이다.

  

계백장군의 지략과 용맹함만 칭송해서는 더 큰 것을 놓칠 수 있다. 전투에 임하기 전에 분명히 패할 전쟁임을 정확히 판단한 확신과 이에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 것을 더 높이 사야 한다. 그래서 자기 가족을 먼저 정리하고 전투에 나선 일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의 가족은 백제 의자왕과 태자 효, 88명의 중신, 그리고 12,807명의 민초와 함께 당나라의 노예로 끌려갔을 일이다. 이는 장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일이다.

  

관창은 어떠한가! 예전에 화랑제도가 대단한 것처럼 교과서에서도 칭송했는데 요즈음 시대로 보아서는 소말리아의 소년병 집단에 불과하다. 관창의 나이는 17세로 지금 같아서는 술, 담배 심부름도 시키지 못한 미성년자다.

  

백제는 너른 뜰에 나는 곡식과 서해의 풍부한 수자원으로 넉넉하게 살았다. 하지만 신라는 지형이 악산이여서 곡식이 부족했고, 동해와 남해에서 수자원을 취하기는 갯벌이 너른 서해보다 열악했다. 그러니 생존을 위해서 외세인 당나라를 끌어 들어서라도 자원이 풍부한 백제를 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계백장군이 유리한 지형을 차지하고 신라군을 계속 물리치는 상황에서 미성년자인 관창을 선두에 서게 한 것은 비열하지만 아주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관창의 아버지 품일장군은 신라의 최고 실력자인 김유신과 함께 전투에 참가한 최고위급 장수였다. 그런 장수의 아들이 죽었는데 병졸들이 가만히 있을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포로로 잡힌 관창의 투구를 벗겨 보니 어린나이이기에 계백장군은 신라진영으로 돌려보냈다. 만일에 백제에도 화랑제도와 비슷한 소년병이 있었다면 단번에 척살을 했을 일이지만 차마 그렇게 하지 않았다. 비록 백제가 신라에게 멸함을 당 했지만 어린아이들까지 전쟁터로 내모는 야만 국가는 아니었다.

  

관창이 다시 창을 꼬나들고 달려들었을 때 계백장군은 신라군이 어린 관창을 제물로 삼을 의지가 분명함을 알고 목을 치고 그 수급은 신라 진영에 돌려보냈다. 죽음을 각오한 살벌한 전투 중에 대단히 인도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화랑관창 이야기는 진즉에 윤리교과서에서 내려졌다. 지금 청소년들에게 교훈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관창의 나이에 교련복을 입고 학교운동장에서 ‘찔러 총’을 했던 우리들이나 교훈을 받을 일이다. 굳이 교훈 거리를 만들라고 하면, 장군의 아들도, 지도급 인사의 자녀들도, 군대에 꼭 가야 한다는 것과 위정자들이 백성을 버리고 야밤에 자기 식솔과 줄행랑을 쳐서는 안 된다는 준엄한 교훈을 계백장군이 보여준 것이다.

  

1400년 전의 역사를 지금의 눈으로 바라봐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역사가 고리타분한 것으로 치부되어서도 안 될 일이다. 역사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미래를 바라 볼 수 있는 유일한 창이자,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서, 관창보다 더 어린 자녀들을 입시전쟁터로 마구잡이로 내모는 신라와 같은 야만국의 부모는 아니지 되돌아 봐야 한다.

  

화려하고 고매한 문화를 지닌 백제라는 국가는 멸망했지만 그렇다고 그 역사와 문화까지 멸한 것은 아니다. 1400년 전의 백제는 이제 세계대백제전으로 화려하게 부활할 것을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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