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두 아들 아빠 2010. 10. 22. 04:39

아이들이 죽어 가고 있습니다.


일전에 초등학교 2학년생이 아버지는 왜있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니, 이번엔 아버지만 없으면 행복할 수 있다는 중학교 2학년생이 끔찍 짓을 저질렀다. 두 아들을 키우는, 이군의 아버지와 연배의 아버지로서 실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 성동구에서 일어난 일가족 방화 살인사건을 단순히 청소년 아들과 아버지의 문제로만 몰아가는 것은 본질을 파악하는데 벗어난 일이다. 또한 이번 사건은 범죄심리학 차원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 범죄 심리학은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청소년이 아닌, 성인이 대상이다.


핵가족의 핵폭발


핵가족에 다른 핵이 끼어들어 발생한 문제도 살펴보아야 한다. 핵가족이란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의 최소 단위를 말한다. 그런데 이군의 아버지는 늙으신 노모도 모시고 누이동생도 함께 대리고 사는, 이 세대의 효자일 수 있다. 그런데 현대의 핵가족에 핵폭발을 일으킬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


이군의 어머니는 시어머니와 시누이와 함께 살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스트레스로 인해서 이군과 딸에게 온존한 훈육과 사랑을 줄 수 없었을 일이다. 할머니 앞에서 혼을 내기도 눈치가 보이고, 어쩌면 할머니는 손자를 두둔했을 일이다. 또 어머니가 주어야할 사랑을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가로챘을 수도 있었다.


넓은 평수의 아파트이지만 이군의 어머니는 사생활이 있을 수 없을 일이다. 사건이 날 밤에 안방에 아버지는 혼자 자고, 작은 방에는 할머니(고모와 함께 썼을 것으로 예상) 거실에서 이군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자고 있었다고 한다.


이군이 휘발유통을 자기 방에 감추었다는 걸 보면 또 다른 방이 있을 수 있는데 여하간 어머니의 공간은 안방이외에는 존재하지 않은 일이다. 그뿐 아니라 이군의 고모는 새벽시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낮에 잠을 잤을 일인데 낮 시간에도 이군의 어머니는 집안에서 행동이 제약됐을 일이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긴장감을 아내이자, 어머니가 완충작용을 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할 수가 없는 구조였다고 보인다. 따라서 어머니는 오래 전에 덩치 큰 이군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 버렸을 수도 있다.


요구하려면 그에 합당한 조치나 합의가 있어야


이번 사건이 아들의 진학문제로 불거졌다고 한다. 이제 겨우 중학교 2학년 학생에게 판검사라 되려고 했던 아버지나, 자신이 뭐가 되겠다고 확신한 어린 아들이나, 방법론에서 둘 다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싶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진로가 일직 결정되고 고등학교 때 하던 진로가 중학생 때 벌어진 것을 보면 아이들이 예전보다 성숙(?)했다고 봐야겠다.


아들이 판검사가 되길 원했다면 강요만할 일이 아니라 그런 분위기를 먼저 만들었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일지감치 포기했어야 했다. 그 나이 또래 아버지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지나간 일이다.


아들이 간절히 원하는 바가 있으면 그에 합당한 노력과 성과를 요구했어야 했다. 이런 저런 생각과 언행 없이 무조건 아들에게 강요했을 때, 이군은 도저히 벗어 날수 없다는 좌절감에 사로잡혔을 일이다. 밖에서는 아들 덩치만 아이들에게는 반말도 못하면서 왜 사랑하는 아들은 골프채로 찌르고 뺨을 때릴까!

‘당신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까?’ 나도 그랬다!

남들과는 무수히 굴욕적인 합의를 하면서 왜 사랑한다는 아들과는 그렇지 못할까!

‘당신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까?’ 나도 그랬다.


아이들이 자살한 사건과 똑 같은 사건


우리는 많은 아이들의 자살을 듣고, 보아왔다. 내 아이가 아니니 그냥 혀만 찼다.

이군이 자기 집에 불을 지르지 않고 13층에서 홀로 뛰어내렸다면 어떤 반응을 했을까? 이후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할머니, 고모는 과연 잘 살 수 있었을까! 이번 사건이 대단히 충격적이라고 하지만 아이가 자살한 것과 구별할 수 없는, 똑 같은 사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