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단상

좋은 글이란 어떤 글일까 2

두 아들 아빠 2010. 10. 25. 17:21

좋은 글이란 어떤 글일까 2


전업 작가가 아니라도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다. 그런데 막상 좋은 글이 어떤 글인지 명확하지 않다. 어느 정도 펙트가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도 못하다.


글의 기본은 진정성이다. 픽션의 소설을 제외하고 글이란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픽션도 그럴듯해야 함은 불문가지다. 소설을 아무나 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것으로 유교의 인의예지(仁義禮智)에서 지혜를 빌리고 싶다. 인의예지에 나온 사단(四端)인 惻隱之心(측은지심) 羞惡之心(수오지심) 辭讓之心(사양지심) 是非之心(시비지심)이 잘 어우러진 글이라면 최상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실체적인 사살을 바탕으로 지혜롭고 논리적으로 시비를 명철하게 가리고 是非之心(시비지심), 이를 바탕으로 ②악을 비판하고 선함을 추켜세우며 羞惡之心(수오지심), 그런 ③자신의 공로를 과시하거나 들어 내지 않는 배려와 겸손함과 더불어 辭讓之心(사양지심) ④대상에 대한 진정으로 불쌍함을 가지고 있는 惻隱之心(측은지심)의 글이다.


글을 쓸 때 뿐 아니라 비평하는 입장에서도 사단을 염두에 두고 하면 대단히 효과적일 수 있다. 대개의 책들을 보면 시비지심만 남무 하다가 필로로그나 에필로그에 가서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을 적당히 끼워 놓는다.  만일 당대의 최고의 문필이었던 김삿갓이  자기 조부를 혹독하게 비판해 장원급제한 글에 일말의 측은지심이 있었다면 평생을 방황하지 않았어도 될 일이다.


글의 종류에 따라서 사단을 모두 담을 수는 없다. 가령 기사 글은 ⓛ과 ②이면 충분하다. 에세이도 마찬가지인데 사설의 경우는 사단 모두를 담아내도 된다. 논문은 ⓛ 이외는 불필요한 것이다. 기자와 학자들이 메말라 있는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유추할 수 있다. 기자는 연륜을 쌓으면 컬럼리스트가 되고 교수들은 안식년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기독교 사상에는 균형 잡힌 인격에 대한 지정의(知情意)가 있다. 인간의 세 가지 심적 요소인 지성(知性), 감정(感情), 의지(意志)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글에도 이 세 가지가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런데 유교의 사상과는 사뭇 다른 점이 있다. ‘측은지심’이 없다. 굳이 연결을 시킨다면 ‘감정’이라 할 수 있지만 이를 ‘측은지심’으로 까지 연결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아무리 똑똑하고 감성적이며 의지가 강하다는 사람도 자기 공로가 크다고 생각하거나, 자기 자신이 불쌍하다 느낀다면 타인에 대한 측은지심은 나올 수가 없다. 측은지심이 없는 글과 말은 남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그런데 그게 없는 사람은 무척 답답해한다. 뭐가 부족한지 몰라서다. 그걸 나이 50이 다 되어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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