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분열

두 아들 아빠 2012. 9. 15. 11:44

분열(schism, 分裂)의 어원이 놀랍게도 '그리스도교에서 교회의 일치가 깨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분열은 분파적이며 혼란을 야기하고 파괴적이라서 부정적인 것인가?

 

"뭉치면 살고 흩터지면 죽는다."와 "총력안보" , "이혼"라는 관점에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분열을 부정적으로만 알고 있다면 이과적 기질도, 문과적 기질 모두 꽝인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이과적으로 보면 '세포분열'이 부정적인 요소인가? 세포가 분열되지 못하면 아이는 어른이 되지 못한다.

문과적으로 살펴보면 인간의 역사는 분열 그 자체다. 부모와 떨어져 새 가정을 꾸린 것이 분열인데 그게 부정적이냐?

 

통합진보당이 분열됐다.

예전에 '로얄슈퍼살롱'이라는 차 이름이 있었다. 좋은 건 다 갔다 붙인 이름인데 차 상태는 별로 좋지 못했다.

고속도로 갓길에 퍼져 있는 차는 그 차종이 많았다. 이름이 좋아서 나쁠 것은 없지만 실체보다 지나치면 화를 불러 올 수도 있다.

 

이름부터 오늘의 결말을 예고했다고 볼 수 있다. 통합을 앞세우면 결국엔 깨지게 마련이고 오늘의 진보는 내일은 수구와 구태다.

무엇보다 두 단어가 결합할 수 없다. 진보는 통합이 아니라 분열로써 첨예한 가치를 이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는 부정으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그러면 이 세상이 수백번 망했게!
보수는 자신들이 저지른 부정이 새롭게 태어나게 하고 진보는 가차 없는 분열로 가치를 이어 갈 수 있었다.

 

한 가지 더, 통합진보당이  '대중적 진보정당'을 추구한다고 했는데 대중은 워낙에 진보적이지 않다. 대중들, 특히 한국의 대중은 참을성이 많아서 인지 벼랑 끝에 서야만 비명을 지른다. 그런데 무슨 대중적 진보 정당을 운운하는지 모르겠다. 선민의식이 있는 민주노동당 당권파 엘리트 진보들에게 대중을 들이 미니 먹힐 턱이 없었다.

 

개인이나 집단이 자기 영역이 있듯이 역할의 한계도 주어지는 것 같다. 10개월도 못간 통합진보당은 제 1 야당인 민주당을 그나마 야당스럽게 만들었고 한나라당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그들의 입에서 보편적 복지와 경제 민주화까지 말하게 했다. 아쉽지만 나름 역할을 했다고 본다.

 

통합진보당에서 탈당한 국민참여당계와 민노당과 민노총계가 신당을 만들기는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정당이 없는 안철수가 손을 내민다면

극적으로 회생할 수도 있다. 탈당파들은 안철수와 만나야 비로소 자신들이 말해 왔던 대중적 진보정당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