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대한민국 아버지의 길 1

두 아들 아빠 2013. 1. 3. 11:49

아버지 부재

 

전도연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 '밀양'은 부성부재를 다룬 영화다. 그 영화에선 가정도, 교회에도 진정한 권위자는 없었다.

초중고등학교 학부모회의에 가보면 아버지가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의 예배당에도 아버지들은 대체로 부재다.

가정에 아버지가 머물러 있는 시간은 극히 제한적인데 대부분 눈을 감고 있거나 눈을 뜨고 있을 때는 가족이 아닌 T.V를 바라보고 있다.

 

아버지들을 겨우 찾아 볼 수 있는 곳은 주말에 놀이동산에 가족과 함께하는 비교적 젊은 아빠들 뿐이다.

요즈음 불경기라 그런지 가족단위 외식도 그리 자주하는 편은 아니라고 한다. 애들이 부모보다 더 바빠서 함께 할 수 없다.

 

각자의 일터와 영업장에서 힘겹게 일하고 있는 아버지들은 퇴근 후 술집과 도박판이 아니면 갈 곳이 별로 없다. 주식투자는 실제는 도박인데 겉모양을 그렇지 않은 것 처럼 꾸민 것이다. 내가 예전에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 지인으로부터 당시에 유행한 바다이야기 도박을 하지 않는가 순간 의혹을 받은 적이 있을 걸 보면 할 일이 있건, 없건 술집과 도박판이 대세인 것 같다.

 

취미생활이나 운동을 하며 건전하게 여가를 보내는 아버지들도 있지만 이도 너무 빠지면 가정에 소홀하게 되어 원성을 듣게되고

무엇보다 건전함은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아버지의 권위가 그나마 있는, 아이들이 어릴때 가정에 봉사(?)를 하는데 아이 머리가 굵어지고 아내가 아이의 모든 걸 주장하고 관장할 때 아버지는 학교도, 예배당도 나오기 어렵다. 자녀에 대해서, 그들의 세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고 자신감과 떳떳함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버지와 돈

 

오늘날 아버지를 대체할 것은 돈밖에 없다. 아버지가 곧 돈이고 돈이 곧 아버지다. 신도 돈으로 대체되어가고 있었고 이제 드디어 돈이 신급이 되었다. 이걸 말하지 않고 다른 걸 건드리는 것은 쓸떼없는 짓일 뿐 아니라, 결론은 그걸로 내면서 아닌척 하는 것을 가증스럽다고 해야하나?

 

산업화와 부동산 투기가 극에 다다르지 않았을 때 까지만 해도 돈이 신급까지는 아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의 전통은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소위 선비정신은 돈을 의식적 뿐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멀리했고 곳간 열쇠를 안방마님이 가지고 있었다. '경우'는 아버지가 세우고 '인심'은 어머니로부터 나오게 했지 아버지는 함부로 인심을 쓰지 않았다. 편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농경시대에 아버지는 기본적인 글도 가르치고 먹고사는 농사기술을 전수할 뿐 아니라 땅과 집까지 물려주는 그야말로 신적인 존재였다. 산업화 시대의 아버지들은 많을 걸 내려 놓게 되었다. 네 살만 되어도 어린이집에 보냈기에 아버지가 가르친 게 없다. 전수할 기술은 노후되어 쓸모 없어지고 마땅히 물려 준 재산도 없다. 노후에 자녀에게 짐이되지 않으면 천만 다행이다.

 

아버지라는 모델

 

자기 아버지로부터 남자에 대해서, 아내와 어떻게 살아가는 가와, 자식 훈육의 방법, 등등을 전수받는다. 그런게 아애 없거나 부족하면 한집안 가장으로서 자연스러운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 역할극은 시나리오도 없다. 앞선 연기자의 극을 보고 배우는 수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부모의 도리나 가치를 가르치는 곳은 없다.

 

내가 아는 남자 아이가 있었는데 중학교 3학년이 되었어도 잘 씻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 아이가 천성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부모가 자길 정성스럽게 씻겨 주어 개운한 기분을 느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애들이라고 몸을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 매를 들 때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많은 아버지들은 자신이 자기 아버지보다는 훨 낫다고 자부할지 모르지만 그리 나아보이는 아버지는 별로 보지 못했다. 그 아버지를 못 뵈어서 그렇지 그분들 보다 못한 아버지가 더 많을 것이라 짐작한다. 부모가 오래 살아야 할 이유는 어려가지 있을 수 있지만 부모를 보고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살만한 가치는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그게 말이 쉽지 무척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