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아벨의 역습

두 아들 아빠 2013. 2. 9. 01:38

설을 목전에 앞두고 일어난 사건으로 두 아들의 아버지인 나는 명절 내내 기분이 찜찜했다.

전주에서 이십대 둘째 아들이 부모와 형, 일가족을 살해한 엽기적인 사건 때문이다.

동생을 돌로 처죽인 카인의 살인보다 더 무서운 아벨의 역습을 보았다.

 

성경은 인류 최초의 살인을 형제간의 살인으로 말하고 있다.

형제를 키워 본 부모들은 안다. 형제간의 싸움이 벌어지면 살인까지도 갈 수 있을 정도로 살벌하다는 것을,

최초 형제인 가인과 아벨은 형인 가인이 아벨을 시기심으로 죽였다. 하지만 전주시에 사는 둘째 아들 아벨은 부모와 형 모두를 살해했다. 예행연습까지 했다고 하니 그 확신과 집요함이 무엇 때문일까?

 

먼저 성장과정에서 부모들의 문제가 깊었다. 그들 부모 세대에 흔치 않은 어머니가 나이가 많은 연상연하부부였다. 아버지가 군 장교 출신이라는 점. 군인, 목사, 교사 자녀들은 힘들다고 한다. 그들은 대게 자기 절제력이 뛰어 난 사람들이어서 이를 자식에 강요한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외도를 했다는 사실. 한 달에 300만원이나 되는 생명보험금을 내고 있었다는 점. 아버지가 어머니와 둘째 아들을 싸잡아 미워했다는 것. 형은 8,000만원이나 지원해 주면서 둘째 아들은 사귀는 여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했는데 어머니가 돈이 없어 아무것도 해 줄수 없다고...

 

이 모든 것을 사실이라 인정하고 종합해도 일가족 살인의 원인이 될 정도는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랄 때 지독한 편애와 성인이된 아들을 끝까지 무시했기 때문이다. 힘없는 사람이 벗어 날 수 없는 불의한 권력에 항거하는 방법중에 회피, 자살, 살인이 있는데 맨 후자를 선택한 일이다. 자살을 선택했다면 자기가 사는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렸을 것이다. 그냥 지방도시에 사는 한 젊은이가 자살한 것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가족은 회피가 불가능한 구성원이다. 그래서 원수가 된다.

 

자살은 엽기적이 않고 일가족을 살해 한 것은 더 엽기적이라고 규정 짓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둘 다 똑 같은 엽기다.

가족 때문에 일어난 가족 구성원의 자살이 그 뒷면에는 일가족 살해의 의지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자살을 선택한 자녀와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원인인데 왜 어머니까지 살해했느냐?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 어머니도 싸잡아 자기 방식대로 함께 처리한 일이다. 가장의 폭력이 무서운 결과를 낳은 이유다.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는 어머니가 처음엔 불쌍하게 여기다 어머니 자신도, 자기들도 지켜주지 못한 무능함에 진저리를 치고 함께 증오의 대상이 된 것이다.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린 아들이 자기 아내를 또 폭력적으로 대하는 것은 아버지에게 배운 폭력의 대물림보다는 자기 어머니에 대한 증오를 같은 여자에게 터트리는 측면이 더 크다.

 

아직 실행에 옯기지는 못했으나 부모와 형에게 살의를 품고 역습을 노리는 아벨들이 이 세상에 널려 있다. ㅠ

'편애'는 인격 살인이고 '비교'는 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