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단상

출근 길

두 아들 아빠 2013. 4. 16. 09:01

한 직장을 평생 다니거나 자영업을 한 장소에서 계속한 분들은 집을 이사갔어도 출근지는 늘 한 곳이다.

내 경우는 이사와 관계 없이 출근 목적지가 자주, 많이 바꿨다. 신접살림 때는 인천에서 고양시 덕양구로, 강원도 문막에서 여주와 고양시 다음에 황성, 반대로 고양시에서 인천 문학동으로 다닌 적도 있었다. 다음엔 거창에서 함양으로 이후 고양시에서 파주 통일동산으로....

고양시에서 강남 청담동으로, 공주시에서 부여군으로.... 하도 많아 기억도 가물거린다. 이제 공주에서 계룡시와 전주로 다니고 있다.

 

아릅답다고 할 정도로 좋은 출퇴근 길 셋을 꼽으라면 단연 거창군 시내에서 함양군 안의계곡 옆 서상면 육십령 고개 밑까지 가는 길인데 화림동계곡의 농월정의 경치가 얼마나 좋은지 출근 때 차를 세우고 둘러 보곤했다. 두 번째는 공주시에서 금강변을 끼고 달리는 백제큰길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공주시에서 동학사 길을 거쳐 신도안 고개 넘어 계룡시로 가는 길이다. 어찌보면 직장과 일터는 전장(戰場) 인지도 모른다. 인류가 유목민 때는 사냥으로 먹고 살았으니 말이다. 사냥은 성공할 때도 있지만 당 할 때도 있었다. 그게 전쟁터의 운명이다. 사냥은 식구를 위해서 하는 것이지 사냥 자체를 즐겨서는 안 된다.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자세히보기

 

 

출근 때 사시사철 달라지는 길 옆 풍경을 보노라면 잠시 시름을 잊게 된다. 이른 봄엔 산비탈에 연분홍 진달래와 진분홍 철쭉, 길 바로 옆에는 노란 개나리들, 여름엔 풀내음 진한 우거진 수풀과 이름 모를 들꽃, 가을엔 짖노란 은행잎과 붉은 단풍나무들, 겨울엔 스산하기는 하지만 눈내리면 나름 운치가 있었다.

 

그 모든 출근, 퇴근 길이 편도 약 30km내외 였다. 일반 국도 2차선이 주로였는데 1km/분 정도 걸린다. 서울권과 서울은 어림도 없지만 천안시 아래 국도 길은 30km면 대략 30분 정도 걸린다. 집과 일터의 위치를 잘 골라야 하는 것 중에 출퇴근 방향이 있다. 가급적 출근은 동쪽에 서쪽으로, 여의치 않으면 남쪽에서 북쪽으로 하고 퇴근 길은 반대 방향이 되어야 햇빛을 정면으로 보지 않거나 조수석 측면으로 본다. 

 

최악의 츨근길을 꼽으라면 1991년 신접살림 때 인천에서 고양시까지 였다. 이른 아침이라 마을버스도 다니지 않는 시간이어서 간석동 주공아파트에서 택시를 타고 동암역으로 가서 신도림에서 2호선으로 갈아 타고 신촌에서 고양시 가는 시외버스를 탔을 때다. 좀 지나 회사에서 차량을 배정해 주어 전철과 버스 출퇴근을 면했다.

 

다음으로 고양시에서 강남으로 가는 길이었다. 강변도로가 그닥 막히지 않았을 때는 한강변 우안을 시원하게 달리며 운치도 있던 길이었다. 고양시에서 강남 방향과 그 반대 반향에는 각기 두서너 곳이 병목현상으로 상습적으로 막히는 곳이 있다. 2006년 초까지 출근 때는 7시를 넘기면 지옥이었다. 한번은 너무막혀 차 안에서 미친놈처럼 소릴 지른적도 있었다. 거리가 딱 30km 였는데 두 시간이 넘은 적이 있었다. 좀 미친거 맞다.

 

잠시였지만 가장 멀었던 적은 강원도 문막에서 파주통일동산까지 170km 였고 가장 가까웠던 것도 통일동산 내 이주택지에서 바로 옆 동화경모공원까지 3km 미만이었는데 자전거로 출퇴근도 했다. 그땐 그야말로 가족과 '저녁이 있는 삶'이었다. 큰아들이 초등1~2학년 작은아들이 유치원 다닐 때였다. 저녁을 먹고 온 가족이 밤 산책도 다녔다.

 

19년 전인 1994년 강원도 문막면 반계리에서 횡성 미육군비행장까지 다니던 퇴근 길에 사무실 여직원을 태우고 다녔는데 어두은 차안에서 그녀가 이렇게 물어 본적이 있었다. "혼자 운전하고 다니실 때 주로 무슨 생각하세요?" ............."식구들"

이렇게 대답하자 결혼하고 싶다고 했고 그녀는 얼마되지 않아 혼인식을 했다.

 

나중에 여건이 허락 되면 내가 열심히 일하고 다녔던 현장과 출퇴근 길을 둘러 보고 당시에 가족들과 맛있게 먹었던 음식점도 있나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