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막스베버와 아버지

두 아들 아빠 2016. 4. 11. 19:17

 

  막스베버는 독일 태생의 법률, 정치, 사회, 경제 철학을 망라한 학자. 베르사유 조약의 독일 측 협상대표와 바이마르헌법의 기초위원으로 활동하였으며 ‘소명으로서의 정치’, ‘프로테스탄트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종교사회학 논문’ ‘경제와 사회’ 등의 저서를 남겼다.

 

1864년 독일 뒤링엔주 에어푸르트에서 일곱 자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국민자유당의 부유하고 유력한 정치가였고, 어머니는 대단한 도덕적 신념을 견지한 칼뱅주의자였다. 그런 어머니를 존경해서 외가를 좋아했으며 외삼촌을 아버지처럼 따랐다. 베버는 어려서부터 천재적인 역량을 발휘했는데 대학 진학 전에는 괴테, 스피노자, 칸트, 쇼펜하우어에 대한 지식을 설렵했다. 1889년(25세)에는 법제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서양이 공히, 아버지와 장남의 관계는 그리 편안하지 못하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아버지가 큰 아들에게는 ‘초보’이기 때문이다. 베버와 아버지도 그러했는데 아버지는 남자답지 못하고, 인생을 즐길 줄도 모르고, 야심도 없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범생이과인 베버를 질타했다. 베버는 이런 아버지에게 반감이 있었으나 대게의 범생이들이 그러하듯이 속으로만 끓고 있었다.

 

부자관계인가를 알아보려면 아주 간단하다고 하다. 나이 많은 먹은 이가 젊은이에 무언가 끊임없이 가르치려든다면 틀림없이 부자관계라는 것이다. 베버의 아버지는 당대의 개혁적 지식인이며 정치인이었으니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그는 전제군주제를 강력하게 비판했는데 실제 삶의 방식은 쾌락주의자이며 속물적인 명예와 권력지향적인 인간이었다. 베버는 어머니와 대비되는 아버지를 속으로 경멸했다.

 

1893년 혼인(29세)을 해서 독립을 했는데 베버가 33세 때, 아버지가 상당한 거리에 떨어져 사는 아들내외의 집을 마차를 타고 찾아왔다. 그런데 그 때 범생이가 아버지의 권위적인 행동을 질타하고 이중적인 면을 까발리며 대들었다. 자식이 자신을 인간적으로 경멸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잠도 자지 않고 곧바로 돌아왔는데 이후 두어 달 시름시름 하다가 여행지에서 객사하고 만다.

 

베버의 입장에선 황당하기 그지없는 게, 평생 동안 순종했는데 딱 한 번의 저항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다. 화해의 기회가 없는 영원한 이별을 한 샘이다. 아버지를 극복하지 못한 아들이 어떤 과정을 겪는지 베버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때의 충격으로 신경과민과 불면증에 시달리어 그동안의 왕성한 저작활동도 완전히 접었다. 대학 당국은 기다리며 말렸지만 6년 후에는 교수직도 그만둔다. 오랜 방황과 요양, 여행 끝에 역작 ‘프로테스탄트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출고하게 된다. 그의 나이 불혹인 41세다.

 

아버지와 아들의 불편한 관계를 이리저리 변명하고 인륜적 도덕심에 끼워 맞추려고 하는 것 중에서 프로이드의 ‘운명이란 아버지상이 나중에 투사된 것일 뿐’과 ‘부모와 자식도 궁합이 있다.’고 하는 것에 위로를 받는다. 법학, 사회, 철학, 신학자인 자크엘룰은 위로가 아닌 명료하게 관계 규정을 했는데, 그의 저서 ‘뒤틀려진 기독교’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더 이상 인간사회에서 보호적이고 부드럽고 안심시키는, 탕자를 맞이하는 두 아들의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들도 또한 아버지가 모든 애정을 쏟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아버지는 옛날이야기다. 현실은 전혀 다른 것이다.

‘아버지는 장애물이다. 아들은 경쟁자이다. 관계는 부패했고, 사랑은 거짓이며, 아버지와 아들의 사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살인적인 미움이다. 아들은 아버지를 죽여야 한다. 아버지는 아들을 먹어야 한다.’」

 

그렇다면 베버는 훌륭한 아버지였을까? 그는 자녀를 낳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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