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예전에 다른 카페에 올렸던 영화 감상문 '가족'

두 아들 아빠 2006. 1. 6. 10:50

 

 

 

영화 선전 포스터의 스틸사진에는 주현과 딸로 분장한 수애가 낙옆이 깔린 전통한옥 골목에서 아빠의 수줍은 웃음과 딸은 환한 웃음을 머금고 다정히 서 있어서 밝은 소재의 홈드라마 정도로 생각하고 극장을 찾았다.
조연으로 많이 나왔지만 자신의 이름값을 하는 배우 ‘주현’이 나왔기에 이 영화를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배우는 크게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다고 하는데 성격배우와 인물배우라 한다.
성격배우의 대표적인 인물이 미국의 더스틴 호프만이라면 한국에서는 안성기라고 할 수 있을까?
배우 ‘주현’은 전형적인 인물배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훨씬 원숙한 연기를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다.
표현력도 부족한 그래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전형적인 우리의 아버지상을 인물배우 답께 그 역할을 잘 소화하고 있었다.

교도소가 자유를 속박하기는 했지만 집에서 해방 될 수 있어서 좋았다는 딸은 형기를 맡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어린동생 정환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집으로 가고 싶지만 마음에 걸리는 건 아버지이다.
자신의 집이 싫었고, 아버지의 딸이라는 사실이 더욱 싫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자신과 연관 지여졌고 아버지의 방황과 아픔의 제공자가 자신이며,
아버지는 그저 자신과의 싸움 속으로만 파고 들어간 울안에 웅크린 곰이었다는 사실이다.

가족이란 혈연의 집단은 인류의 최초이자 최소의 단위이다.
의지하고 격려해야 함에도 서로를 할퀴고 상체기를 내는 대상이기도 하다.
한번 외곡 되기 시작한 가족의 관계는 돌이 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이로 인해서
수많은 아픔과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평범하지만 무서운 사실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사람은, 특히 부모에게도 인생의 위기의 순간이 온다.
그 위기를 어떻게 잘 극복하느냐에 따라 가족과 이이들의 미래가 결정 지워 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행하지 못함은 내안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지 못함과 그러기에 인간이 인간적이라는 사실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조폭을 등장시켜서 극의 긴장감과 극적인 효과를 보려고 한 점과 잔혹한 장면이 좀 께름직했지만 현대인은 자극에 익숙해져 있어서 이정도의 자극을 주지 않고는 감동을 받지 않을 거라는 제작자의 의도를 나무랄 수만은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조폭을 미화까지 하는 예전의 영화와는 다르게 그들의 실상을 잘 알려주어
오히려 아이들의 조폭 신드롬을 무너지게 하는 효과도 기대 할 수 있는 영화이다.

애초부터 영화의 의도가 관객의 눈물을 짜게 만들어져(극의 끝 무렵에는 흐느끼는 소리가 극장 안을 진동한다.) 나 역시 원 없이 울며 봤지만 몇 자리 건너에 있던 13세살의 큰아들을 보니 울고 있었는데 나와 눈이 마주쳐도 눈물을 그치지 못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동안 부반장 한 번 해보지 못한 큰아이에게 서운한 마음이 있었지만
때가 되면 우리아이도 반장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장면에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눈물만 흘리다 놓치기 쉬운 극중의 중요한 대사가 있다.
아버지가 딸에게 하는 대사 중 정환이의 태생을 암시하는 것으로
“너도 정환이에게 다 못하는 말이 있지 않니!”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내와 아이들이 극의 마지막에 아버지가 희생을 감수하는 것에 대하여 이구동성으로 당연하다는 말에 순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해야 할까!

 

영화를 보고 나오자 날이 어둑어둑하고 주말이라 간단히 저녁을 먹고 가자고 하였더니 큰 아이가 그냥 집에 가서 먹자고 했다.
전에 같으면 엄마에게 꿀밤을 맞을 눈치 없는 말이었지만 그 날 아내의 태도는 사뭇 달랐다.
아내는 그윽한(?) 눈으로 큰 아이를 바라보며 낮이막한 목소리지만 단호하게 이렇게 말했다.

“집에 가도 밥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