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글을 써도 되는가에 관하여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 나이가 일상적이지만 금기시되는 것도 능히 쓸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 할 뿐입니다. 아내에게 귀뜸을 했지만 당장 지우라면 순순히 받아 들이겠습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3학때 비로소 각방을 썼습니다. 그전에는 한 방에서 네명이 같이 잤지요.
남자 셋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아내와 같이 침대에서 자고 둘은 방바닥에서 잤습니다. 제가 꼭 자고 싶을 때는 삼세번을 고집하고 밀어붙인 적도 있습니다. 그 일을 하려고 아이들이 잠들기를 기다리다가 제가 먼저 잔적이 한두번이 아니였습니다.
이글은 아내와 오롯이 둘만이 자기 시작한 4년전부터의 이야기 입니다.
아내는 저보다는 훨씬 오래 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 이유는 몸의 온도를 확실하게 조절하는 탁월한 기능을 보고 그렇습니다. 겨울에는 몸이 차고 여름에는 등짝이 난로 같습니다.
저는 몸이 더워서 옷을 입고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내는 추워서 벗지 못하고 그렇다고 방안의 온도를 올려 놓으면 또 내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내는 겨울에 잠자리에 들때 일상복을 그대로 입고 자기가 일수 입니다. 때로는 청바지를 입고 자는 적도 있습니다. 마치 대학에서 남녀 학생이 MT 가서 자는 복장이라고 놀려 댔습니다.
"너 또 MT 왔냐?"
부부의 성생활이 생활에 차지하는 중요도와 기여도(?)가 나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10~20% 내외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부부의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 아주 큰 부분으로 부상하는 것 같습니다. 흔히들 이혼의 사유로 애매하게 성격(性格) 차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성격(섹스의 격)이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성경에서 부부의 잠자리에 관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분방하지 마라' 각방을 쓰지 말라는 것이지요. 꼭 분방을 해야 할 때는 하나님의 사명을 이룰 때로 매우 한정적으로 규정하고 이때에도 둘이 같이 기도를 하고 하라고 합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중년의 부부들이 각방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남편이 거실이나 자녀의 방에서 자고, 아내는 안방을 지키며 자지요. 그래서 안방 마님인가요?
안방에서 스스로 나온 남편들은 머슴기질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 화를 내시겠죠. 그러나 엄연한 사실 아닙니까! 내 안의 머슴 기질!
맞벌이와 기타 이유로 피치 못하게 떨어져 사는 부부도 있는데 정상적인 부부생활의 분명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시적으로 기간을 명확하게 정하고 분방을 하는 일은 어찌 할 수 없겠지요. 문제는 한 지붕 밑에서 같이 살면서 각방을 쓰는 일은 재고를 해야 할 일입니다.
자녀들의 건전한 성은 부모의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수년 전에는 상당 기간 따로 잠을 잔적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같이 잠을 자는게 부담스러웠지요. 지금 돌이켜 보면 같이 자게 되면 일정기간을 두고 뭔 일 꼭 치루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일정 기간을 흩트려 버리려고 가끔씩 각방을 쓰는 것이죠.
일종의 의무 방어전의 편법적인 회피 말 입니다. 한마디로 잔머리를 굴린 것이죠.
일전에 연극를 본 후 남자 주연 배우가 말하기를 어느날 아내와 무드를 좀 잡아 보려고 잠자리에서 넌즈시 다가 갔더니 수도세를 이야기를 하길래 로멘스의 마음이 확 달아 났다고 하더군요.
제가 말했습니다.
잠자리에서 단박에 자신의 마음을 전하다는 자체가 성급함이라고요. 그런 경우는 이고지고 사는 것이 없었던 연애때나 가능하다고요. 사전에 준비와 메세지를 주며서 분위를 잡아가는 공을 드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남자들이 한 밤중에 가끔씩 깨는 이유는 자기집에 가려고 하는 짓이다'는 이야기를 듣고 웃은 적이 있습니다. 남자들이 자신속에 있는 유치함과 성급함을 알고, 작은 친절과 배려함에 봄 눈 녹듯이 녹는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기에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입니다.
남편이, 아버지가 정력과 경제력만이 자신을 지탱 해 준다는 강박적인 사고에서 스스로 벗어나면 자신을 헤아리고 아내와 자녀을 바라보는 눈이 많이 달라지겠지요.
안타까운 현상은 정작 힘이 있을때는 이를 전혀 살피지 못하고 날뛰거나 방관을 하다가 늙어서 힘 빠지고 능력이 없어져야 비로서 깨달음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참 불쌍하고 못난 남자의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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