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로 작은애와 동네 헬스를 두 달간 오롯이 다녔습니다. 목표를 일주일에 세번을 세우고 했는데 거의 네번 이상 갔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야외로 나가서 실전 연습을 했습니다.
저희집인 행산동을 출발하여 벽제 조금 못 미쳐있는 진국설렁탕까지 중간에 찻집에서 핫초코를 마시는 시간 20분을 제외하고 약 12km를 세 시간 동안 꼬박 걸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실제 국토순례를 대비하여 몇가지 문제점을 발견 했습니다.
첫번째는 아이와 제 걸음의 보조입니다.
아무래도 11살 아이의 걸음과 제 걸음의 보폭과 속도가 같을 수 없겠죠. 제가 좀 천천히 걷고 아들이 좀 빠르게 걷는 것으로 속도를 맞추었습니다. 이문제는 앞으로도 보완을 해야 합니다.
두번째는 차량이 많이 다니는 국도를 걷노라면 차량 진행 방향으로 걸을 것인지, 아니면 차량이 오는 것을 마주보고 걸을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보행자의 공간이 아주 협소한 국도에서는 위험하기 짝이 없으니까요. 심리적인 위협감 해소 차원에서 차량 진행을 마주보고 걷는 것이 낫다고 판단 되었습니다.
세번째는 이정도 체력 갖고는 하루 10시간 50km 주파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실감 했습니다.
12km을 세시간 걸렸으니 시간당 4km 이상은 아이에게 무리인 것 같습니다.
보통 성인이 한시간에 4km 정도 걸을 수 있지요.
네번째는 아들이 말한 것인데 배낭에 간식 거리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늦은 아침을 먹고 11시에 출발 했는데 도중에 한시간 반 걷는 동안은 가게가 전혀 없었습니다. 겨우 물한병 가지고 왔는데, 행군 중에 발바닥 전체가 물집이 잡혀도 걸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허기가 지면 절대로 걸을 수 없다는 사실을 군대에서 잘 알고 있었죠.
바나나우유와 양갱을 사주었는데 녀석이 그걸 먹더니 정말 꿀맛같고 살살 녹는다고 하더군요.
제가 말해주었습니다. "너희들은 먹거리가 풍부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아빠가 어렸을 때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그때는 뭘 먹어도 정말 맛이 있었다. 아마 너희는 그 맛을 모를거다."
중간에 국도길이 아닌 낮으막한 야산을 넘기도 했습니다. 한적하기만한 동네의 개들이 낮선 사람의 출현으로 모두가 짖어대는 걸 들으면서 아이는 한편으론 무섭기도 하고, 재미있어 하기도 하더군요. 아파트에서만 줄곳 살아 온 아들은 그런 것도 무척이나 신기한가 봅니다.
드디어 도착한 설렁탕집에서 아들은 선지 해장국을 저는 설렁탕, 그리고 도가니수육까지 시켜서 잘 먹었습니다.
애초에는 왕복을 하기로 했는데 아들이 도저히 안되겠던지 엄마께 전화해서 대리러 오라고 했습니다. 승용차로 20여분이면 달려오는 차안에서 허망한 마음과 자부심이 엇갈리는 듯한 아들의 표정을 보면서 국토순례의 성공을 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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