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점심 왕따

두 아들 아빠 2006. 3. 30. 12:00

조금 있으면 점심시간이다. 아침을 먹고 나오지 못한 직장인들은 배에서 소리가 날 때 이다.

직장 별로 다양한 점심 문화가 있는데 급식소가 있는 경우도 있고 매일 뭘 먹을까 골목을 헤매며 다니는 직장인도 있다.

 

끼리끼리 어울려서 상사 흉도 보며 먹는 점심은 맛을 더 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아주 불편한 점심식사 자리도 있다. 단연 별로 호감이 안가는 상사와 이다. 이런 사람은 점심 때 자기와 같이 먹을 사람을 찾다가 혼자 먹는 경우도 가끔 있다. 이게 '점심 왕따'이다.

 

이상한 것은 왜 그런지 자신에 반문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단지 자신이 지위가 높아서 아래 사람들이 어려워해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이런 사람과 눈을 맞추지 않기 위해서 점심때 일부로 전화도 하고 일에 열중한 척 하기도 한다.

 

예전에 일 때문에 점심시간 전 무렵 집 근처에 온 적이 있다.

아내에게 밖에서 점심이나 하자고 전화를 했더니 우물쭈물하는 것이다. 이유를 들었더니 동네 아줌마들하고 점심 약속이 있다고 한다. 내가 다 아는 분들이라 같이 먹자고 했다.

아파트 근처의 먹자골목으로 가서 한 식당을 들어갔는데 그 안에 아줌마들이 삼삼오오 모여 꽉 찬 것이다.

 

집에 있는 아줌마들이 점심을 이렇게 나와서 먹나 를 그때야 알았다. 하기야 전업주부들이 점심때 집에서 혼자서 밥을 먹으면 밥 맛이 나겠는가! 대충 물 말아서 김치 하나 놓고 먹을 때가 많을 것이다. 이는 마치 회사에서 혼자 먹는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날 점심 값은 당근 내가 다 냈다. 돈은 썼지만 아내도 싫은 표정은 아닌 것 같았다.

가끔 점심시간에 집에 있는 아내에게 밥 먹었냐고 따뜻한 전화 한 통을 해주는 것도 좋다.

필연적인 '점심 왕따'에게... 

 

회사에서 보면 꼭 점심시간 때 일을 하는 척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 보여주기 위함인데 내 나이 되면 다 안다. 그런 사람이 본인 주위에 많아지면 자신의 지위와 관계없이 슬슬 '점심 왕따'가 되어 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