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아들의 편지 그리고 답장

두 아들 아빠 2006. 5. 11. 14:20

부모님께...

 

 

엄마, 아빠! 저 현욱이에요. 어버이날이 다가와서 편지를 쓰라네요.

 

평소에도 엄마 아빠께 드릴 말씀이 많았는데 잘된 것 같네요. 요즈음 저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평소에도 안하던짓 많이하고 말씀도 안듣고 자주 대들어서 죄송해요..

 

교회를 다니고부터 이성과 감성을 잘 절제하고 나날이 발전하시고 의식이 성숙해지는

 

아빠를 닮아가야 하는데 저는 점점 수준이 내려가고 있어서 저도 제 이런 모습이 정말

 

원망스럽고 죄송해요. 엄마는 항상 좋은 말씀으로 저를 대하시는데 저는

 

엄마 말씀도 잘 안듣고 뺀질거려서 죄송해요. 아빠는 항상 저보고 아빠를 딛고 일어서라고 하시

 

는데 저는 아직 그럴만한 역량도 부족하고 그럴만한 나이라고 하시지만

 

전 아직 제 자신과 부모님에 대하여 잘 모르는것 같아요...

 

요즘 집안에도 안좋은 일이 자주 생기고 분위기도 이상한데 제가 더 자중했어야

 

함을 항상 알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께요. 춤, 피아노.. 제가 하고싶어 시작한

 

일들 다 허락해주신 은혜는 정말 이 시기에 마니 감사합니다.

 

아빠, 어제 그일은 사실은 평소에 공부를 소홀히 하고, 시험이 임박했을 때도

 

놀고, 열심히 안하고, 평소에 많이 대들고 화나게 했던 일들이 그냥

 

참고, 좋은 말로 타일렀던 아빠를 더 화나게 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늘 한다, 안한다 해놓고 일을 저질러 버리는 제가 정말 바보같고

 

한심하시겠지만 당신들이 내 육신의 부모님이고, 14년 긴 세월

 

동안 군말없이 제 모든것을 감당하신 부모님이기 때문에 늘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습니다.                  2006년5월3일 현욱 올림

 

(원문 그대로 올렸습니다. 토시나 줄 바꿈까지도..)

 

 

 

 

 

 

아들 현욱이에게

 

 

네가 체험학습(수학여행) 떠나고 그 다음날 이 편지가 도착했다. 학교에서 의도적으로 한 것은 아

 

니지만 네가 집에 없는 상황에서 읽는 이 편지는 느낌이 좀 다르구나.

 

지금 네 나이는 사춘기라서 어린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아주 애매한 위치이다.

 

동생에게도 존중받지 못하고 그렇다고 부모에게도 인정받기 어려운 시기이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아빠도 너와 같은 혼돈과 격정의 시기가 있었다.

 

그때로 되돌려 너를 이해하려고 애를 쓰지만 쉽지는 않구나.

 

지금 네 시기는 많은 실수를 하여도 용서가 되며 그 책임은 부모가 대신 지어주는 아주 은혜로운

 

시절이다. 너무 자책하지 말기를 바란다. 다만 아빠는 네 스스로 틀을 깨고 나오기를 바란다.

 

네가 많이 컷 다는 사실이 편지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정말 가슴이 뿌듯하구나.

 

우리 가정을 살피는 눈도 생겼고, 부모의 심정도 잘 살피고 있구나.

 

사람의 삶이 쉽고 단순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힘든 일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세상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이 아빠를 통해서 배웠으면 하는 소원이다.

 

네가 어려서 몰랐지만 과거에 우리 가정에 네가 걱정하는 일 보다는 더 큰일도 있었고, 엄마와 아

 

빠는 그 일들을 주님의 은혜 아래 슬기롭게 해쳐 나갔었다.

 

너의 일련의 행동에 부모가 참고 있다는 인식을 한다는 것이 바로 네가 컸다는 입증이다.

 

참는 다기 보다는 기다려 주려고 한다. 사람의 인내는 그리 강건하지 못하다.

 

그래서 참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로인한 억울함이 분노로 폭발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요즈음 알았

 

다.

 

네가 하고 싶은 것을 지지 해준 것은 아빠의 노력만은 아니다. 엄마도 늘 함께 해주었고 무엇보다

 

그런 여건을 허락하신 하나님을 늘 경외하여야 한다.

 

네가 앞으로 성장하여 가정을 이끌 때 올바른 가장이 되기를 바라서 아빠를 딛고 일어서라고 한

 

것이다. 아빠는 너에게 오를 수 없는 산이 아니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이웃의 동산이 되고

 

싶다. 네가 나중에 혼인을 하면 너희 가정과 엄마,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이웃으로 교제하기

 

를 바란다.

 

현욱이를 사랑하는 아빠가..                                                                2006년5월11일에

 

 

* 추신

편지 잘 썼는데 '당신' 이라는 표현은 삼인칭으로 써야 극존칭 된다. 너처럼 쓰면 아빠하고 맞짱 뜨자는 것으로 오해된다. 뭐 맞짱 못 뜰 일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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