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조기유학, 특목고는 자녀라는 판돈을 두고 승산없는 도박.

두 아들 아빠 2006. 7. 14. 13:04

시작

어제 제가 사는 동네의 17개 초중고 교장선생님과 학교운영위원장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현재 시 단위로 '학운협'(학교운영위원협의회)이라는 단체가 있지만 정치성이 너무 개입되고, 광역 단위는 지역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여 같은 1,2.3동을 한 지역 단위로 묶어서 교육환경 개선, 학교폭력문제 연계, 교육정보교환을 목적으로 각급 학교 운영위원장들이 뜻을 모아서 지난달에 발족을 했습니다. 처음 모임이 저희 학교 근처라 밥값을 냈는데 회장을 시켜주더군요.(제 특유의 ‘나와비라’ 논리는 성공? 을 했습니다.)

그 첫모임에서 각급학교 교장 선생님을 모시고 상견례와 더불어 우리의 취지를 설명하자고 했습니다. 

 

만남
약속시간을 제일 잘 지킨 분들은 고등학교이고 역시 초등은 좀 개념이 없더군요.

초등의 교장선생님이 많이 않나오셨습니다. 엊그제 많은 비로 인한 피해도 있고, 이달 말에 있는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를 앞두고 몸을 사리시는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운영위원장 분들이 나오겠다고는 해놓고 개인 사정 핑계를 대며 약속을 어긴 것이지요.

모두가 이해를 하기로 했습니다. 역시 '초딩이다.‘ 하면서 말입니다.


서로 자기소개와 간단한 인사말을 나누고 식사를 마친 후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한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 왈~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모두 특목고로 다 빠지고, 성적을 보면 한숨 나오는 아이들만 지역의 고등학교에 보내 놓고는, 지역의 고등학교는 대학 진학률이 형편없다고 질책하시니 죽을 맛이다."

이에 관하여 열띤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그중 제 의견이 많은 분들의 공감을 받아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학교운영위원장의 자녀들은 대게 공부를 잘 합니다. 약 90% 이상은 외고나 특목고를 목표로 하고 있지요. 그분들에게 충격적인 의견을 냈지만 마무리는 잘 했습니다.


조기유학에 관하여~

'조기유학이나 특목고는 자녀라는 판돈을 걸고 승산 없는 도박을 하는 것이다.' 라고 일갈을 했습니다. 그런 진로를 선택하는 부모의 마음은 자기 자녀가 이 사회의 주류로 살아가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주류로 살아 갈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 했습니다.


먼저 조기유학을 논하기 전에 이에 관한 환상이나 환멸감은 접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다녀 온 아이들은 한국에서 적응하는 과정 중에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 올 수 있습니다. 이는 유학 기간이 문제가 아니라 자아의식이 발달되지 않은 어린 상태에서 유학을 가서 오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조기 유학은 자의식의 부족, 성격발달의 장애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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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유학은 자의식의 부족, 성격발달의 장애를 가져 올 수 있다는 근거로 심리사회학자 에릭슨의 이론을 들 수 있다.

에릭슨은 심리 발달 8단계로 나누었는데,

6-11세 때에는 ‘근면성 대 열등감’이 형성되는 기간으로 가족 내 온전한 구성원을 모델링 하며 얻게 되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련의 긍정적인 성격 요소들이 구축되는 기간이며,

12-18세에는 ‘정체감 대 역할 혼미’의 기간이라고 했습니다. 이 때는 가족에서 친구 및 또래 집단의 역할이 증대되며 가족과의 연대감과 집단에서의 인정을 받아가는 시기로 먼저(근면성, 정체감) 것의 형성이 온전하지 못하면 뒤에(열등감, 역할 혼미) 수준에 머무르게 되며 또 좋지 않은 다음단계로 넘어간다는 이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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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의 빡쎈 교육 현실을 감내 한 아이들이 그들에게 뭐라고 하겠습니까?

“너 거기서 잘 놀다 왔지!”

조기유학을 갔다 왔다고 자랑은커녕 말도 꺼내지도 못할 것입니다. 물론 진정 실력이 월등하면 문제가 적겠지요.

조기유학을 준비하시는 분이나 이미하고 있는 분들은 이런 점을 잘 살펴야 합니다.


특목고에 관하여~

특목고는, 처음 설립 목적과 달리 많이 변질 되었습니다. 영재적 우수한 잠재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제도권의 교육에 담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내준다는 취지보다는 단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디딤돌 역할로 전락 한 것입니다. 영재도 아닌 자녀를 엄청나게 공부를 시켜서 입학을 시켜 놓고는 중간 이하의 성적을 맴돌면 본인도 부모도 충격을 받습니다. 정체성의 혼란이지요.

소수인 그들이 미래사회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생각은 엘리트 위주의 생각이지만 사회의 관계성에 대하여는 전혀 고려를 하지 않은 것입니다. 개인 혼자 뛰어 난다고 모든 일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기유학이나 특목고는 검증이 되지 않았습니다. 경제사정이나 자녀의 특성을 무시하고 남들이 하니까 나도 따라한다는 의식으로는 자녀를 미래 사회의 왕따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 아이는~

조기유학이나 특목고를 꿈도 꾸지 못하는 일반 학생들에 관하여는 이런 의견을 냈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 그동안 자녀를 놀려두었던 부모도 본격적으로 신경을 쓰게 됩니다.

학원이다 과외다 쏟아 붓기 시작합니다. 아이들도 초등학교와는 전혀 다른 환경으로 긴장감을 갖고 열심히 합니다. 하지만 모두들 열심히 하여 좀처럼 기대 했던 성과를 올리기가 어렵습니다.


자신의 노력과 열심에 점차 회의적인 생각을 갖게 됩니다. 부모도 닦달을 하며 학원이나 공부방도 옮겨보고 나름대로 노력을 하지만 도통 오르지 않은 성적에 점점 지쳐가지요. 아이와 부모가 모두 포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 절정이 2학년 여름방학을 전후로 가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3학년 때는 공부를 워낙에 잘하고 또 열심히 하는 그릅과 포기를 하는 그릅으로 확연히 나누어지게 됩니다.


이른바 ‘성적의 중산층’이 없는 게 오늘날 중학교 3학년입니다. 잘하는 그릅은 특목고로 다 빠져 나가고 성적 찌질이 들만 인문고에 겨우 입학합니다.

중학교 때는 기본을 충실히 하여 평균 60~80대를 유지하면서 사춘기를 잘 넘겨 나름대로의 자아의식과 몸과 마음이 커진 고등학교 때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그런데 모든 역량을 중학교 때나 심지어는 초등학교 때 모두 소진하는 우매한 짓을 하는 것입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첫 시험을 치루고 선생님과 상담을 하는 부모 중에 상당수는 이런 말을 먼저 꺼낸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때는 꽤 공부를 잘 했고 중학교 땐 그런대로 했는데... 걱정입니다.”


마무리는 이렇게 했습니다.

“제 경제사정이 받쳐주지 못하고, 우리 아이는 공부도 잘하지 못하니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맨 처음 의제를 제시한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언제 한 번 따로 만나자고 하시더군요.

그 학교는 내후년에 우리 아이가 입학 할 고등학교입니다.


(이글에 블로그 벗들이 공감이던 아니던 댓글을 많이 달아주시면

‘보통 아이 공부시키기’에 관하여 연재로 글을 쓸까합니다. 박수 받고 쓰고 싶은 것이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