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취미

레미제라블 속의 진보

두 아들 아빠 2013. 1. 21. 14:00

읽기 어려운 고전이 영화, 그것도 뮤지컬로 재 탄생했는데 대박이 났다. 대박은 영화사가 아니라 관객을 말한다. 저명한 고전은 작가가 고도한 의식을 바탕으로 연륜까지 더 한 때에 쓴 글이다. 그런 글을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 뿐 아니라 대학생 때도 다 알 수 없다.

더구나 레미제라블은 과거 군사정권 하에서는 금서였다. 빵을 훔친 장발장이 주교로 인해서 회개한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자베르의 자살도, 민중 혁명도 다루지 않았다. 그런데 이 뮤지컬 영화로 대박을 맞았다.

 

실패와 미완의 혁명이 주제인데 이를보고 낙망하거나 죄절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 시대의 좌절과 실패도 미래에는 그렇게 보일 것이다. 이 영화는 인간의 모든 희노애락뿐만 아니라 분노, 억압, 좌절, 가난, 자녀, 사기, 섹스, 명예, 진보, 보수, 혁명, 정의, 용서, 자살, 구원, 성찰, 그리고 사랑을 담아 냈는데 보는 내내 기분이 나쁜 적은 없었다. 순차적으로 밀려 오는 감동만 있을 뿐이었다. 그 이유는 천재작가 빅톨위고의 원작이 그러하듯이 영화는 큰 사건 전에는 복선을 깔았다. 자베르는 위태하게 옥상 끝선을 걸었고 공권력의 상징인 권총을 던지고 그 다음에 자신을 던졌다. 

 

예측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건 만으로도 관객은 기분이 나쁘지 않다. 갑자기 등장인물이 소리지르고, 울고불며, 이유없이 죽으면 관객은 당혹스럽고 짜증나고 화가 나기도 한다. 소위 '반전'이라는 것도 당했다는 느낌이 먼저 들어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갑자기 뒤통수 맞고 희열을 느끼면 정신병이 있다고 봐야 한다.

 

장발장은 일 할 수 있는 젊은 나이에 고작 빵 하나를 훔쳐 감옥에 갔다. 당시에 얼마나 어려운 경제 사정이었나를 살필 수 있다. 요즈음 아이들에게 예전에 밥을 굶었다고 하면 라면끓여 먹거나 알바해서 김밥 사먹지 그랬냐고 반문하다. 거창한 역사 이전에 급변한 사회로 자기 아버지가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르는 세태다.

 

감옥에서 풀려난 장발장은 평생 지녀야 하는 신분증을 찢어 날려 보낸다. 이 장면을 보고 걱정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그만큼 우리는 어떤 틀에 억매어 있다는 반증이다. 이후의 장발장의 행적은 고통받는자, 가난한 사람, 홀로된 여성, 어린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되었다. 특히 자기 딸 코제트와 서로 사랑하는 마리우스가 살길 간절히 기도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가슴이 저며왔다. 영화 속 장발장의 모습은 진정한 진보다.

 

이 영화의 최고의 명대사는 유일하게 훈장질(이 사실만은 명심해요)을 깔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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